현재 미학이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나 철학의 다른 영역들에 미학이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이 입문서가 상세하게 접근할 수는 없다. 다만 여기에서는 미학이 자연철학, 도덕철학을 위시한 여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 정도로 만족하고자 한다. 이런 영향은 궁극적으로 미학과 인식론의 관계로 인해 생겨난 것인데, 이런 맥락에 따라 본 입문서에서는 역사적·체계적으로 전개된 다양한 단계에 따라 이 관계에 천착하는 것 또한 방법론적 근간이 된다.
서론. 철학적 미학의 개념 및 영역(p.15)
고대와 중세에는 미론과 예술론이 독립적으로 전개되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간주되지 않았으며, 아름다움을 통해 예술이 정의되지는 않았다. 즉 예술만을 대상으로 하는 미학적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이 개념은 르네상스의 예술론을 통해 등장했다.
1장. 미학 이전의 역사(p.18)
데카르트가 합리적 인식관의 절대화를 시도함으로써 인간은 지각되는 자연환경으로부터 소외되고 현실성을 상실했으며 결국 합리적 세계연관과 감각적-감정적 세계연관은 상호 분리된다. 미와 예술은 더 이상 순전히 수학적 방법론에 따른 인식 개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감각적 지각의 가치가 절하되어 단편적인 것이 됨에 따라 직관의 독립적 인식 기능이 거부되고, 직관의 인지적 힘이 과연 자명한 것인지가 문제시되었다. 미와 예술이 인식과 유사성을 갖는다는 주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미와 예술에 대한 철학이 새롭게 정초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독자적 학문이 된 수학적 자연과학의 인식관에 입각한 미학 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여지가 생겼다. 즉 미학 이론에 합리성 자체를 예술 창작 및 판정의 최고 원리로 삼으려는 시도가 나타난 것이다.
- 2장. 미학, 독자적 학문의 동기를 부여받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p.60)
바움가르텐에게는 시문학을 다룸으로써 감각적 인식의 의미가 분명해졌다. 바움가르텐이 예술에 관해 제시한 사례들은 주로 시문학에서 나왔고 미학에 사용된 용어들은 고대 이래 시학적 전통에서 차용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바움가르텐의 미학이 시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바움가르텐에게 시문학은 — 자신에게는 특별히 친숙한 것일지언정 — 그저 감각적 인식을 입증해 주는 사례일 뿐이다. 그의 미학에 따르면 예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의 토대는 감성, 즉 “유사 이성”의 이론에 따라 창출되어야 한다.
- 3장. 미학, 감성적 인식의 학문이 되다: 바움가르텐(p.80)
18세기는 단연코 “미학적인asthetisch” 시대라 불릴 만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감성 및 감정, 취미와 비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학을 정초하려는 바움가르텐의 위대한 기획 직후 칸트가 이보다 진일보하여 이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려 시도한 사실은 정신사적으로 의미심장하다.
- 4장. 미학, 인식 일반으로서의 반성이 되다: 칸트(p.102)
헤겔은 이러한 지식의 체계하에서 선행하는 대상을 뒤따르는 지식의 상이한 영역들을 분류하였다. 체계를 이루는 본질적 부분들로는 논리학, 자연철학 및 정신철학이 있으며 이때 미학은 정신철학에, 정확히는 ‘절대정신의 철학’에 속한다.
- 5장. 예술, 직관 가능한 진리가 되다: 헤겔, 쇼펜하우어(p.160)
하이데거에게 예술작품은 진리의 접근 불가능성의 전형이며 존재가 부여한 그 무언가가 바로 진리의 ‘일어남’이다.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초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예술작품의 수수께끼적 성격을 구상한 아도르노와 유사하다.
- 6장. 예술, 작품 속에 정립된 진리가 되다: 하이데거(p.236)
아도르노에게 미학은 — 헤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 본질적으로 예술철학이다. 예술이 인간 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는 없을지라도 본질적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도르노는 당대의 끔찍한 역사, 특히 나치의 테러를 보면서 문화에 대해 염세적 입장을 취했다. ‘문화는 실패했다’는 그의 말에 이런 입장이 집약되어 있다.
- 7장. 미학, 합리성 비판을 통해 비동일자를 구제하다: 아도르노(p.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