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 예술론
서양미술
동아시아 미술
한국미술
우리문화 탐방
패션 | 섬유예술
미술교육 | 실기
디지털 | 미디어아트
색채 | 디자인 | 공예
건축
도록 | 저널
뱅크시- 벽 뒤
 
수잔 발라동-그
작가의 편지-제
 
인상주의-일렁
 
작가의 편지-제인 오스틴부터 수전 손택까지
마이클 버드, 올랜도 버드
황종민
2021년10월29일
224쪽
22,000원
979-11-85954-76-9
판매중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소개-

훌륭한 편지를 쓰려고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가는 편지도 잘 쓴다.”

 

소설에 얽힌 비화, 은밀한 사랑, 창작에의 열망, 안타까운 죽음

불후의 명작을 남긴 작가들의 생생한 손 글씨로

펜촉 뒤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우리는 단 몇 초면 상대에게 메시지와 사진을 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의 모두가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으며, 발신인의 편지가 전송 도중에 사라질 위험도 없다. 내용을 수정하고 싶으면 간편하게 ‘Delete’ 키를 눌러 백지로 돌아갈 수 있고, 틀린 맞춤법도 자동으로 고쳐준다. 우편 요금을 낼 필요도 없다. 심지어는 수신인이 메일을 읽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이메일이라는 소통 수단은 실용성의 측면에서 다른 어떤 수단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깊은 진심을 전할 때 손 편지를 쓴다. 친한 친구의 생일 축하 편지, 잘못을 저질러 용서를 구하는 편지,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고백의 편지, 죽기 전에 남기는 마지막 편지까지. 손 편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 사람만의 필체를 통해 우리는 활자 너머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다. 쓰다 지운 흔적과 요동치는 행간에 발신인의 진심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 편지는 인간과 가장 오래 함께한 소통 수단이자, 기술의 발달에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음의 창구다.

 

그렇다면 작가의 편지는 어떨까? 첫째, 작가의 편지는 곧 그의 작품과 연결된다. 작가들은 출판사나 동료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지금 집필하고 있는 작품의 진행 상황과 의도를 은근히 드러낸다. 여기서는 작가가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작가의 편지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문학이다. 편지 한 장에도 희로애락이 담겨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셋째, 작가의 편지는 그의 삶을 설명해준다. 작가의 삶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전기와는 또 다르다. 작가의 인생에 관한 사실을 제공하는 전기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이지만, 편지는 작가 자신이 쓴 것이다. 우리는 편지를 통해 작품의 탄생 과정을 작가 개인의 삶의 측면에서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넷째, 작가의 편지는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증언이다. 작가들은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해부하고 그 내용을 편지에 남겼다. 여기서 우리는 그 사건이 작가의 삶에 미친 영향, 그리고 나아가 작품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다.

 

 

슬픔에 무뎌지는 건 다른 사람이 죽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죽어버리기 때문이야.” _마르셀 프루스트

 

한 편의 문학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작가의 편지,

예리하게 기록한 삶과 예술의 순간들

 

작가의 편지는 미술문화의 편지시리즈로 먼저 출간된 예술가의 편지에 이어 두 번째 도서다. 작가 94(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극작가)의 편지 94통을 수록했으며, 편지의 목적에 따라 총 8개의 부로 나눴다. 한쪽에는 작가의 육필 편지 스캔본을, 다른 한쪽에는 활자화한 편지 내용과 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실었다.

 

1부는 작가가 무명 시절에 보낸 편지를 담았다. 천재 시인이라 불리는 실비아 플라스는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긴 시 두 편을 뉴요커에 팔았어요.”라며 전업 작가로의 새 출발을 들뜬 마음으로 전한다. 샬럿 브론테는 아직 작가로 데뷔하기 전 브뤼셀에 머물며 동생 브란웰에게 편지를 보낸다. “무감각으로 피가 걸쭉해져서 끓어오르지 않는 그곳 사람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금지된 사랑에의 호기심이 은근히 드러나는 글이다. 풋풋하면서도 패기 있는 작가들의 청춘이 1부에 담겨 있다.

 

2부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수록했다. 그중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조르주 상드의 관계는 유쾌하고도 다정하다. 플로베르는 상드를 스승님이라 부르고, 상드는 플로베르를 나이 많은 음유시인이라고 부른다. 상드가 말하길 그들이 같은 시간에 서로를 생각하는 이유는 반대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동화됨으로써 우리 자신을 완성시킬 수 있다. 플로베르와 상드는 서로를 완성시켜 주는 친구였던 셈이다.

 

3부는 역사적 사건이 담긴 편지들이다. 나폴레옹 3세 치하 프랑스에서 도피하여 한동안 건지섬 세인트 피터 포트에 머무른 빅토르 위고는, 1862년에 출간한 소설 레미제라블의 평론계 반응이 냉담하자 기분이 상했다. 어린 시절 찬란한 새벽빛으로 여기며 귀감으로 삼았던 시인 라마르틴에게 편지를 보내 이 마음을 토로한다. “인간이 소망할 수 있는 한, 저는 인간의 역경을 근절하고 싶습니다. 노예제도를 규탄하고, 빈곤을 몰아내고, 몽매함을 교화하고, 질병을 치료하고, 암흑을 밝히고, 증오를 배척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 신념이며, 레미제라블을 쓴 이유입니다.” 이 편지에는 위고의 끓어오르는 열정과 이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4부는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았다. 활활 불타는 사랑이 있는가하면 애틋하고 슬픈 사랑도 있다. 시인이자 미술비평가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연인이 보낸 편지에 답을 하며 당신이 보낸 도발적인 키스가 나를 극도로 흥분시켰다고 고백한다.

한편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한 메리 셸리는 채권자에 쫓기느라 옆에 없는 남편 퍼시 비시 셸리에게 당신은 외롭고 불안한데 왜 나는 당신과 함께 머물고 기운을 북돋우고 내 가슴에 끌어안을 수 없는지안타까운 마음을 편지로 전한다. 이렇듯 피고 지는 사랑의 역사가 4부에 담겼다.

 

5부는 고비와 맞닥뜨린 작가들의 편지다. 유대계 독일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된 후 포퓰리즘 반유대주의가 공식적으로 속행되자 혼란에 빠졌다. 그는 한때 철학 토론 상대였던 친구에게 기분이 상당히 우울해진 바람에 뒤늦게 편지를 보낸다. 생계수단은 송두리째 사라질 것같고 다음 몇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시름에 빠져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벤야민은 편지에 두려움과 유머를 뒤섞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언어 이론에 관한 네 쪽짜리 글을 손으로 썼다고 전하니, 내게 경의를 표하는 걸 잊지 말게.”

 

6부는 작가들의 문학 사업과 관련한 편지를 담았다. 일종의 글쓰기 기계가 된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고된 노동에 지칠 대로 지쳤다. “병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한 탓에 돈이 궁해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지금은 붉은 여인숙이라는 제목의 끔찍한 작품을 쓰느라 세 달 동안 노예 노릇을 하는 중이라며 약간의 과장을 보탠다.

어둠의 심연을 집필한 조지프 콘래드는 친구의 원고가 출간될 수 있도록 출판업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그는 친구, 자네의 견해가 일반적으로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구. 지적이고 타협을 모르지. 이러면 일이 쉽지 않아. 대중은 지성을 원치 않거든. 지성은 대중을 불안하게 하고, 대중은 하인에게 바라듯 작가에게도 복종을 원하니까.”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전한다.

 

7부는 작가들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을 때 쓴 편지를 수록했다. 여기서는 작가의 굳은 신념과 문학관, 그리고 삶을 돌아보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1923년 조국 독일에서 고조되던 민족주의 경향에 저항하여 가족과 함께 스위스로 이주한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다닐 만한 여유, “국가와 민족에 품었던 예전의 호기심,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도 잃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펴내고 얼마 안 있어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초연하다. “세상이 곧 멸망하든 말든 상관없이 위대한 불멸의 업적 몇 가지를 인생에서 계속 즐기고 싶어요.”

 

 

마지막 8부는 작가들의 작별 인사다. 죽음을 앞둔 작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생을 정리했다. 아르튀르 랭보는 오른쪽 무릎의 윤활막염으로 다리 절단술을 받았다. 절단한 다리에 염증이 생겨서 애써 주문 제작한 의족도 사용할 수 없다. “결혼도 안녕, 가족도 안녕, 미래도 안녕! 내 인생은 끝났어.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그루터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하루 빨리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는 편지를 보낸 달에 귀가할 수 있었지만 다시 상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편지의 역사는 곧 문학의 역사다. 둘은 수천 년 동안 뒤얽혀 있었다. 소소한 일상과 당시의 시대상을 담은 편지는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용안내] [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 [E-MAIL to CONTACT]